세스 마틴과 함께하는 세계 민중 음악의 밤

2015. 11. 2. 23:32일기

<세스 마틴과 함께하는 세계 민중 음악의 밤>

2015.11.02 월요일


10월 31일, 그러니까 지난주 토요일 6시 우리 가족은, 신촌 체화당 카페 지하 강당에서 열리는 <세계 민중 음악의 밤>공연을 보았다. 우리 가족을 초대한 사람은 음악가 세스 마틴(Seth Martin)! 그는 미국인이다.


며칠 전부터 들떠 있던 영우는 신이 나서, 친한 친구 4명과 함께 공연장에 들이닥쳤다. 세스 마틴과 그의 친구들에 노래와 연주, 성문밖 학교 학생들의 연주와 풍물놀이로 이어진 공연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오랜만에 본 공연도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여기서 미국인 세스 마틴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자신을 세스 마운틴, 한국 이름은 <이산>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기를 '미국 바보'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그가 사는 마을은 산이 있고 산맥이 보이며 주민들이 700명쯤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그렇게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는 제주도 강정 마을과 친하다.


제주도 강정 마을에 미국 해군기지를 설치하려고 구럼비 바위를 폭파했고, 공사를 강행 중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맞서 주민들은 강정 마을을 지키려, 몇 년 동안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며 목숨 걸고 공권력과 싸웠고 그 싸움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는데, 그는 강정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싸웠고 아픔을 나눈 사람이다.


그는 무대에서 맨발에 벤조를 메고 한국말이 어려워 머리가 복잡한 듯, 손으로 머리를 콩콩 치며 이야기한다. 강정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정말 용감했고, 마치 우리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밀양 송전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용감하다고 말한다. 그는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어두운 체화당 카페 지하 공연장 무대에서 그의 눈이 부싯돌을 마주칠 때처럼 번쩍 빛이 난다.


그는 공연 중간에 우리 아버지를 소개했다. 영세 상인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사람이라며 한국에서 만난 나의 영웅이라고까지 표현해, 아빠의 얼굴을 낯뜨겁게 만들었다. 그는 미국 민요, 아일랜드 민요, 한국민요 등, 세계의 민요를 관객과 같이 합창하며 민중들이 살아온 한맺힌 삶과 가진 자들에 의해 억압받고 무너진 삶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희망과 저항정신을 노래로 풀어낸다. 공연 후반부에 <아리랑>과 <a poor bird>를 합창할 때, 앞자리에 앉은 영우의 눈에서 눈물이 철철 흐르는 것을 보며 내 가슴 속에도 무언가 불끈거리는 것을 느낀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짐 정리에 바쁜 세스 마틴을 찾아갔다. 가까이서 본 그는 마르고 기름기 하나 없는 피부에 길게 헝클어진 머리, 깎지 않은 수염에 뒤덮여 있었다. 그런 그의 눈이 제주도 바닷물처럼 맑았다. 그는 <상우일기>를 감명 깊게 읽고 울고 웃었다고 해서, 나도 당신이 나의 첫 외국인 독자라고 어설픈 영어로 대화하는 영광을 누렸다. 물론 그가 한국어 실력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 한국 친구 이난영 화가께서 통역을 엄청나게 잘해주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참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