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 2. 15. 08:00일기

<선생님 눈에 맺힌 뜨거운 눈물>
2008.02.14 목요일

오늘따라 선생님은 유달리 바빠 보이셨다. 내가 헐레벌떡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이 오셨나 힐끔 교탁을 보았을 때, 의자에 선생님 외투가 걸려 있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신 듯했다.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오신 선생님은 어딘가 급히 전화를 거시더니, 3학년 연구실로 또 가버리셨다.

종업식 날조차 바쁘신 선생님이 나는 아쉽기만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 오뚝이 눈알처럼 두 눈을 왔다갔다하며 선생님을 부지런히 쫓았다.

우리는 방송으로 교장 선생님의 따분한 연설을 들으며 종업식을 맞이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좀 달라 보이셨다. 머리를 완전히 풀고 오셨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고 다니셨는데, 머리를 푸시니까 자유로운 대학생처럼 보이셨다.

내 생각엔 우리 선생님은 다혈질적인 면이 있고, 끈기가 대단한 분이셨다. 나눗셈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내가 문제를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풀다가, 선생님의 중요한 설명을 놓쳐서 다음 문제부터 꽉 막힌 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며칠 동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거의 일주일 걸려서 10번도 더 넘게, 나를 붙들고 나눗셈을 가르쳐 주셨다. 마치 이놈을 절대로 낙오시킬 수 없다는 기세로 눈에 불을 켜고 나를 가르치셨다. 다 선생님 덕이었다! 그렇게 해서 딛고 일어난 나눗셈에 재미를 붙여 쭉 수학 공부를 해서, 수학 경시 대회 금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선생님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 애쓰시는 것 같았다. 잘못한 일이 있어도 자꾸만 자꾸만 기회를 주셨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배려하시는 것 같았다. 아! 박영은 선생님! 저에겐 선생님이 신이 내린 축복이셨답니다!

종업식을 마치고 한 사람 한 사람 성적표를 나누어 주실 때, 아이들이 갑자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친 듯이 떠들기 시작하자, "너희들은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선생님 속을 썩일래?" 하고 외치실 때, 나는 보았다. 선생님 눈에 맺힌 아프도록 뜨거운 무언가를! 그리고 깨달았다. 선생님은 끝까지 우리와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으시며, 우리를 너무나 뜨겁게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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