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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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 -
시소
2008.02.04 월요일 학교 수업 마치고 우석이랑 나는, 우석이네 옆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놀았다. 마침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석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며, "저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귀여운 고양아!" 하고 외쳤다. 그러자 우석이 목소리가 빈 놀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검정 고양이가 놀라 허더덕 달아났다. 나는 모래성을 쌓다가 시소를 타고 싶어 우석이와 시소 양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석이와 내 무게 차이가 커서 내 쪽으로만 시소가 기울었다. 그래서 내가 시소 앞칸으로 얼른 옮겨 앉았는데, 시소가 탄력 있게 통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못하고, 우석이만 공중에 떠있고, 나는 우석이 반만큼만 간신히 올라갔다가 끼이익 내려왔다...
2008.02.05 -
기말 고사를 마치고
2007.12.05 수요일 드디어 기말 고사가 끝났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3학년의 마지막 기말 고사를 후회 없이 보고 싶어서 일기까지 미뤄가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기말 고사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사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마한테 혼나고 걱정까지 들어가며 몰아붙인 벼락치기 공부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3학년 1년이 허무하게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벼락공부로 몰아간 것 같다. 과정은 끔찍했지만 시험날인 오늘만큼은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자신만만했다. 자신에 넘치다 못해 심장이 바람을 꽉 채운 자동차 바퀴처럼 팽팽해져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2007.12.06 -
눈 온 날
2007.11.21 수요일 어제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엄마가 뒤에서 "상우야, 어젯밤에 첫눈이 왔어! 공원이 하얘!"라고 외치셨었다.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와아아아!" 소리 지르며 뛰어나갔었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엄마가 베란다 창문을 열며 외치셨다. "상우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쌓였어. 어제처럼 눈이 온 듯 만 듯 어정쩡하게 쌓여 있지 않고 온 세상이 다 눈밭이야!" 나는 또 깜짝 놀라 얼른 베란다로 가서 "와아아아!" 하고 소리쳤다. 나는 내 모습이 꼭 영화에서 같은 장면을 두 번 찍는 것 같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우리 동네는 하얀 카페트 같은 흰 눈으로 깨끗하게 덮여있었다. 마치 2년 전에 보았던 영화 에 나오는 나니아 세상 같았다. 나니아는 ..
2007.11.22 -
2007.10.15 시험 그 후
2007.10.15 월요일 학교에서 지난 주 금요일 보았던 중간 고사 시험지를 돌려 받고 선생님과 함께 하나 하나 문제를 다시 풀어 보았다. 그것도 2교시부터 3, 4교시에 걸쳐서 꼼꼼하게 풀어 보았다.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알게 되는 것은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궁금해진다. 이 세상 모든 문제에는 시험처럼 답이 있는 걸까? 나는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답이 없으면 문제도 존재할 수 없을테니까. 이 세상은 밤과 낮, 알파와 오메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무언가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들어맞아 가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궁금한 것이 수 천, 아니 수 만 가지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앞으로도 나는 수 많은 시험을 치르게 되겠지! 그러나 내 ..
2007.10.15 -
2007.06.04 지각
2007.06.04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더니 엄마가 졸린 목소리로 "아우, 상우야, 지각이다." 하셨다. 나는 너무 졸려서 그 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뭐어?" 하며 시계를 보았더니, 8시 30분이었다. 나는 놀라긴 하였지만 그 때까지도 잠결이었다. 다급해진 엄마가 계속 "미안해." 하시며 나보다 더 허둥대셨다. 하지만 오히려 미안한 건 나였다. 어제 밤 엄마가 밤새워 작업하시는 동안 나도 그 틈을 타 몰래 책을 읽다 잠들었기 때문이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서 공원 길로 접어드는 순간 미지근한 온도의 끈적끈적한 바람이 불어 잠이 완전히 달아나면서, 나는 '에잇, 완전 지각이군!' 하며 난감한 기분과 후회가 뒤섞여 학교로 갔다. 오늘따라 학교 가는 길이 왜 이리 무거운지 마치 내가 피고가 되어..
2007.06.04